엊그제 회사에 갔을 때 엘레베이터를 같이 기다리던 독일 동료가 한 말이 생각난다. 독일에서 하는 농담 중 하나는 "독일인들은 인생의 절반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보낸다" 라고 한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독일에서는 관공서 업무 처리, 업무 예약 (Termin) 등의 시간이 엄청난 기다림의 연속이다.
한국에서 살다가 독일에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이다. 병원 갔을 때도 예약을 잡아야하고, 관공서도 그렇고.. 바로 잡히는 곳이 거의 없다. 한참을 기다리야 한다. 한국의 빠른 문화가 이때는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반면에 혹시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하는 거라며.. 아마존의 배송은 2-3일 정도 걸린다. 한국의 바로 다음날 배송에 비하면 느린것이지만 독일에서는 엄청나게 빠르다. 그렇기에 일부 독일 친구들은 아마존이 사람을 갈아 넣어서 이렇게 빠르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가치관과 문화 그리고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너무 빨라서 안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도 있다. 독일에서는 일반화 시키기 어렵지만 많은 경우 느림의 미학인 것 같고, 여기서 잘 적응하려면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 같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메일을 보내려고 할 때 쯤 답변이 오고.. 벌금 통지도 잊어버릴 때쯤 오는 ㅎㅎ
좋게 생각하면 사람을 갈아 넣지 않는 것.. 물론 내부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워라벨과 사람을 중시한다고 한다. 몇가지 사례가 있는데, 그 하나는 대부분 상점은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10년전 쯤 독일에 컨퍼런스 왔을 때가 기억이 아는데 일요일에 드레스덴에 도착해보니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서 슈퍼, 식당에 가지 못해서 패스트 푸드점을 찾아 간신히 끼니를 떼웠던 때가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 독일 생활 6년차 때는 당연한 것으로 적응되어 있지만 말이다. 한국 같으면 왜 그 사람 많은 때에 쉬냐고 그러겠지만.. 독일은 확실 히 다르다. 또 하루에 10시간 이상 절대 근무하지 못하고,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휴일이나 일요일 근무가 거의 금지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끔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독일이 계속 선진국으로 불릴 수 있을까? 많은 주도권이 미국과 중국등으로 넘어가있고 그러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어떻게 지금의 주도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독일 내에서도 위기 의식을 가지고 변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업무 시간이며 주말 근무 등 말이다.
아직은 노동자로써 너무나 좋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관리자들은 참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것들은 너무나도 좋다. 정당성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미래에 맞게 현실에 맞게 변할 때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디지털화를 하면 개인 정보 누출 등 때문에 여전히 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일부 독일 친구들.. 그렇지만 코로나 이후로 많이 변해가고 있고, 병원, 관공서에서도 많이 디지털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사람을 신뢰하고, 때로는 천천히, 양보하고 치열하지 않고.. 느림의 미학 속에서 자연을 즐기면서 사는 것도 너무 좋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때로는 바쁘게 밤새가면서 다른 것들을 준비하기도 하고 ㅎㅎ 언제까지 이 삶이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에 감사하며, 적응하면서 살아가야겠다.
'German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방문 일정 (여름 vs 겨울) (9) | 2024.09.03 |
---|---|
[독일 생활] 서류 한국으로 보내기 (0) | 2024.08.24 |
독일의 월세 Index Miete (월세 상승률) (0) | 2024.07.18 |
독일 개발자 근무 환경 (필자 회사 기준) (1) | 2024.03.29 |
[독일 생활] SEPA 자동이체 (Lastschrift) 막기 (0) | 2024.02.03 |